소소한 최근 빌라 소식

1. 새 된 데이비스?

떠벌이 데이비스가 걱정스런 인터뷰를 최근에 했죠. 아시는 분은 아시겠지만 데이비스는 고질적인 어깨 부상 수술 때문에 8월말에 전력에서 이탈했고 2월 즈음이나 돌아올 예정입니다. 그 와중에 빌라는 당장 급해진 센터백 부분에 리차드 던, 제임스 콜린스을 영입했고 최근에는 풀백으로도 쓰였던 케야르를 원 포지션인 센터백으로 원상복구 시켰죠.

그리고 이 셋 모두 센터백 자리에서 뛰어난 폼을 보이고 있다는 사실이 본인에게는 상당히 위협적으로 다가왔나 봅니다. 안 그래도 인터뷰를 많이 하는 성격인데 돌아오게 되면 경쟁이 힘들어질거 같다는 내용의 말을 하더군요.

네, 지금 빌라의 센터백 진은 기대 이상의 준수함을 보이고 있죠. 어느덧 리그 실점 1위 (18경기 14실점) 으로 올라섰습니다. 최근 리그 세경기 연속 클린싯을 기록하고 있는 준수함.

영입 초반 제임스 콜린스의 뜬금 클래스업, 여기다가 리차드 던의 꾸준하면서도 절정의 활약, 드디어 SPL 최고 수비수의 위용을 과시하기 시작한 케야르. 지난 시즌 주장 라우르센의 부상 이후에 속절없이 붕괴해버렸던 빌라 센터백 진이 언제 이렇게 두터워졌나 싶을 정도로 탄탄한 모습인데, 여기에 기존 주전이었던 데이비스가 초조해하고 있는건 당연지사겠죠.

리차드 던은 얼마전 제이미 레드납이 칼럼에서 꼽은 올 여름 최고의 영입에서 당당히 첫번째에 이름을 올리기도 했죠. 많은 분들 말씀처럼 이번 시즌 영입 이후에 정말 인상적인 시즌을 보내고 있습니다. 수비진이 안정을 찾지 못한채 생각보다 순위를 높이지 못하고 있는 맨시티가 원하던 모습이 바로 지금의 던이겠죠. 그만큼 본인도 심기일전해가지고 빌라의 새로운 lionheart 로서 이곳저곳에 몸을 던지네요. 생각보다 실수도 잘 나오지 않고 말이죠. (던의 실수가 팀 결과에 지대한 영향을 미친 것으로는 이적 초기 블랙번전 PK 허용 장면 정도?)

던이 중심을 잡아줌과 동시에 케야르가 원 포지션에 배치되고 나머지는 루크 영, 워녹이 포진한 빌라 최근 포백인데 뚫기가 쉽지 않아 보입니다. 특히 최근에 페페의 부상으로 센터백 급매에 나섰다는 레알 마드리드의 레이더에 포착되었다는 케야르의 폼은 최고조이죠.


결론은...데이비스 빨리 돌아오셈, 그 후는 나중에 얘기합시다.



2.  운명의 박싱데이 2연전...오닐도 급했어요

빌라의 박싱데이 스케줄은 상당합니다. 27일 아스날과의 원정, 29일 리버풀과의 홈경기. 아스날과 이번 시즌 전반기 마지막 경기를 치룸과 동시에 후반기 첫 라운드를 독기 오른 리버풀과 맞게 되죠. 

아스날 과의 경기...상당히 중요합니다. 이번에 아스날만 잡으면 한 시즌 내 탑 4 팀 모두를 잡아내는, 근래 EPL 역사상 흔치 않은 쾌거를 달성하게 되죠. 그랜드 슬램이라고 해야하나요. 비단 이 뿐만이 아니라 최근 절정의 폼에 오른 빌라로서는 자신들의 시험 무대로 에미레이츠 만한 곳이 없다고 느껴질만큼 빌라는 절호조에 이른 상태구요. 최근 연승 행진 뿐 아니라 다우닝 가세 후 경기력 자체가 매우 좋은 만큼 말이죠. 

어디서 보니 에미레이츠 구장 개장 후에 EPL 에서 유일하게 지지 않은 상대가 빌라라더군요. 그만큼 최근 빌라는 아스날에게 나름대로 좋은 모습을 보여왔습니다. 지난 시즌 카운터 어택으로 아스날을 원정에서 2-0 으로 잡아내면서 기염을 토한 기억도 새록새록 하네요. 지난 시즌 아스날을 위기의 상황으로 몰고 갔던 장본인인만큼 빌라로서도 자신감이 충만한 상태죠. 

이후 리버풀과의 경기도 중요하긴 매한가지구요. 지난 2라운드에서 빌라에게 홈에서 불의의 일격을 당한 리버풀...이 경기 때문만은 아니었겠지만 이번 시즌 현재까지의 기대 이하 성적은 초반에 당한 이러한 패배도 한몫 할텐데요. 분위기 반전을 꾀하고자 이번 경기를 단단히 벼르고 나올 것이 분명합니다. 

탑 4 중 두 팀을 이틀 간격으로 만나는 살인적인 일정을 앞두고 마틴 오닐은 로테이션 적인 스쿼드 관리를 할 것을 천명했습니다. 오닐을 지속적으로 보신 분들이라면 그가 얼마나 주전 중심적인 선수 기용을 하는지 아실텐데요. 오닐은 경기중에 세명의 교체 선수들을 다 쓰는 경우도 별로 없습니다. 주전 베스트 11이 큰 변동 사항이 없다면 거의 고정이구요. 전술적인 실책이 누적되거나 주요 선수들이 부상에서 돌아올 경우에 큰 틀에서 한번씩 대대적인 변화를 가하지만, 이건 한 시즌에 한두번 일어날까 말까한 그야말로 이례적인 일이구요. 거의 대부분 같은 엔트리로 선수 이름을 집어넣습니다. 

괜히 지난 시즌 아쉬운 막판 부진을 주전 선수들의 체력 저하 때문으로 많은 언론들이 꼽는 것이 아니구요.

그런 오닐이 언론에 로테이션을 운운했다는건 그만큼 지난 시즌을 반면교사로 삼으며 같은 실수를 두번 반복하지 않겠다는 다짐인 동시에 두터워진 선수층에 대한 일종의 자신감의 표출이 아닌가 싶구요. 비교적 체력 소모가 많은 미드필더 진을 다양하게 꾸릴 수 있을만한 선수층을 가지게 되었다는 점이 지난 시즌하고는 또 다르지 않을까...시드웰이나 리오코커, 델프 같은 선수들이 당장 출격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이들을 중앙에 배치시킨다면 현재 중앙에 나오고 있는 밀너를 다시 원 포지션인 윙으로 보내고 장기 부상에서 돌아오지 얼마 안 된 다우닝이나 항상 집중견제를 당하는 애쉴리 영에게 적절한 시간 배분을 해줄 수 있지 않을까 하구요. 

항상 2월되면 방전되서 4월되면 충전된 모습을 보이는 아그봉의 체력 안배도 시급한데 헤스키와 카류를 적절히 로테이션 돌린다면 가능하지 않을까 합니다. 만약 그렇다면 원톱 전술도 생각해볼 수 있겠구요. (중앙 미들 자원은 제법 남는 편이니까) 근데 현재 최고조인 4-4-2 포메를 리그 정상급 팀들 상대로 오닐이 스스로 집어넣을런지는...개인적으로 부정적으로 봅니다만

수비진도 제임스 콜린스가 센터백으로, 하비브 베예가 풀백 백업으로 언제든 들어갈 수 있으니 컨디션 보고 조절이 가능할 듯 하고 (보우마는 언제 복귀할런지 험)


이후 일정은 새해에 연달아서 블랙번과 만나게 되는데 2일 FA 컵, 5일 리그컵 4강전이 있습니다. 근데 일정상 2일 FA 컵은 그다지 전력을 다하지는 않을 것 같고 컵대회 성공을 바라고 있는 빌라에게 최근 최고의 기회가 온 리그컵은 최선을 다하지 않을까...(그 다음 경기는 9일 위건전인데 이쯤되면 주전 원출격 다 할 듯 하구요)

추측해보면 아스날 전 두명 정도 주전들 뺐다가 나중에 교체 정도로 집어넣을 것 같고 리버풀 전은 아스날 전 경기 양상 대충 살펴보며 3~4명 정도 다시 조정이 있을 것 같고...이후 블랙번 2일 경기는 대충 1.5 군으로, 그 다음 리그컵 4강전은 원래 주전으로...

이 정도가 아니지 않을까요?

여튼 지난 시즌의 경험이 빌라를 더욱 단단하게 만들어줄 거라고 확신합니다. 아스날과 리버풀은 준비하세요.


3.  이적 시장? 별로...

이제 때가 때인만큼 솔솔 겨울 이적 시장에 대한 얘기가 불거지고 있는데요.

나름대로 근 몇번의 이적 시장 동안 많은 루머를 뿌렸고 또 실제로도 만만치 않은 영입을 해왔던 빌라인데 이번 이적 시장은 그닥 큰 영입이 없을 거라고 감독인 마틴 오닐이 천명했습니다.

실제로 이제 그동안 고질적으로 지적되왔던 스쿼드의 질 문제도 어느 정도 해결되었고 (수비진이나 미들진 모두 양적으로는 상당히 탄탄해졌죠. 미들진의 컨트롤 타워가 없다는 점이 계속 지적되고 있지만) 아쉬운 점이 있다면 점점 나이를 먹고 있는 카류, 혜숙이의 나이인지라 공격 부분에서 아그봉에게 걸린 과부하가 쉽게 가실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는 건데

그래서 그런지 자꾸 켄와인 존스 루머가 나긴 해요. 근데 존스가 암만 오닐이 좋아하는 쫄깃쫄깃한 리얼 탄력의 흑인이라고 해도 떡대 둘이나 있는 마당에 데려올 가능성은 거의 없을테고, 혹시라도 노려본다면 항간의 소문따마 혜숙이가 리버풀 or 타팁, 혹은 카류가 터키로 간다는 이탈설이 동반되어야 할텐데

제가 보기엔 1월에 그런 일이 있을 가능성은 별로 없을 것 같습니다. 아그봉이나 애쉴리 영 같은 선수들의 과부하는 이제 선수층이 엷어서라기 보다는 주전 중심의 오닐의 기용 방책 때문인 점에 좀 더 포커스를 맞춰야 될 것 같구요.

또한 다행히 주전급들의 큰 부상도 별로 없는 빌라이기에 (커티스 데이비스 하나 정도?) 현재로서는 그 부분도 그렇고, 오히려 보우마나 데이비스 그리고 이미 돌아온 다우닝 같이 전력 강화 요소들이 더 강하게 있구요.

뭐 여튼 현재로서는 오닐의 발어니 충분히 납득이 갈만한 상황입니다. 차라리 내년 여름에나 진짜로 미들진의 마에스트로를 큰 들여 질러보심이...이제 성실한 일꾼들은 많으니까요.

제 지극히 개인적인 이적 시장 바람은

맨시티에서 자신을 데려온 마크 휴즈의 경질로 입지가 약화될 가능성이 있는 배리가 다시 빌라로 돌아오는 것? ㅋ 리버풀 갔던 로비 킨이 6개월만에 토튼햄 다시 와서 주장 완장 찬거처럼요.

뭐 거의 현실 가능성 없겠지만...그래도 보고 싶습니다. 애증의 배리



4. 훈훈한건가 다행인건가...카류

카류는 지난 스토크 시티전에 헤스키의 교체로 들어와 결국 후반 중반에 결승 헤딩골을 성공시켰는데요. 크로스를 날려준 애쉴리 영이 있던 오른쪽 귀퉁이로 뛰어가서 코너 플랫을 걷어찼는데요.

힘차게 걷어찬 코너 플랫이 뿌리가 뽑혀서 관중석으로 강하게 날아가버렸습니다. 카메라에 맞았는지 여부까지는 찍히지 않았는데, 카류가 날아가자마자 그 관중석 앞으로 달려가서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지속적으로 보였구요.

그래서 진짜로 누가 다치지 않았나 궁금증을 자아내던 중, 경기 후 이에 대한 얘기가 나왔네요.

카류가 차서 날아간 코너 플랫에 다행히 누가 맞지는 않았다고 합니다. 한 남성이 아들 둘을 데리고 온 부자 쪽으로 날아갔는데 다행히 잘 피했다고 하구요.

위에서 말한대로 카류는 세레머니 도중에 미안함을 표현했고 경기 끝나자마자 그들에게 달려가서 자신의 유니폼을 그대로 벗어서 선물로 줬다는 군요.


 

근데 공교롭게 아이들은 원래도 카류의 이름이 새겨진 레플리카를 입고 있었는데, 원래 아이의 엄마가 노르웨이 인이라서 카류의 팬이었다는 사실. 카류도 이걸 보고 좋아했다고...

뜻하지 않게 구설수에 오를 수도 있었던 일인데 우연찮게 훈훈하게 마무리되서 다행이네요.


 

크리스마스 연휴인 주말, 다가오는 빅경기들로 가슴설레네요. 이런것만 손꼽아 기다릴 수는 없는 나이가 되었는데도 기다려지는걸 어쩌겠습니까 T.T

by Griffey | 2009/12/26 21:26 | Aston Villa | 트랙백 | 덧글(1)

제가 아는 아그본라허





1. Gabriel Agbonlahor 라는 이름에서 짐작하시다시피 토종 잉글랜드 흑인이 아닙니다. 흑인 치고 잉글랜드 토종이 어딨겠냐마는 확실히 흔히 볼 수 있는 영어 이름이 아니구요. 아그봉의 아버지가 나이지리아 이민자 출신이고 어머니는 스코틀랜드 출신이라고 하구요. 제가 알기로 잉글랜드 흑인들은 대략 두 군데 출신, 즉 나이지리아 등의 아프리카 식민지 출신 들과 자메이카, 트리니다드 토바고 등 출신의 중남미 흑인들로 구성된다고 아는데...아그본라허의 아버지가 나이지리아 이민자 출신인거고 대충 짐작은 가다시피 어린시절 그리 유복한 환경은 아니었다고 합니다

저걸 어떻게 읽어야 하나 문득 고민했던 적이...아그본라호르, 애그번라허, 애그본라호르...근데 현지 캐스터 발음 들으니 그냥 아그본라허라고 대놓고 읽더군요. 사람에 따라서 아그본라호르 라고 발음하는 사람도 있고...



2. 아그본라허의 플레이 스타일을 보면, 닥치고 직선 드리블...정도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얘는 그냥 한마리 치타를 운동장 위에 풀어놓은 느낌이죠. 꺾기 이런것도 잘 안 합니다. 정말 리얼 스프린터라고 볼 수 있을 것 같은데...

근데 진짜로 스프린터 출신이었다는 거죠 ㅎ 16살때까지인가 학교 육상팀에서 100, 200 m 등을 주종목으로 하는 단거리 육상 선수였다고 합니다. 어렸을 때부터 달리는데 소질이 있어서 육상부에 들어갔다고 하고 축구와 육상을 병행하던 그런 상황...



작년에 나이키에서 떠오르는 EPL 스타들인 테오 월콧, 아론 레넌과 함께 아그본라허의 티저 동영상 광고를 찍어서 인터넷에 올린 적이 있습니다. 월콧과의 비교 동영상은 제가 못 본거 같은데 아그봉과 레넌이 단거리 달리기 하는 장면을 찍어서 올렸던 걸로 기억이...공 없을 때의 속력은 아그봉이 빨랐고 공 있을 때는 레넌이 빨랐다고 나온 걸로 아는데, 이 결과 자체만으로도 재밌습니다만 더욱 흥미로운건 둘의 뛰는 자세 비교였죠. 레넌은 꺾기에 능한 드리블 타입답게 무게 중심이 아래쪽으로 쏠려있고 이를 바탕으로 공에 대한 컨트롤이 좀 더 능숙한데 반해 아그봉은 상당히 세워진 자세였죠. 그야말로 육상에서 볼 수 있는...

즉, 스프린터로서의 아그본라허의 꿈은 축구선수로서도 현재 진행형이지 않나 합니다. 피치 위에서 그렇게 신나도록 달려대고 있으니



3. 얘, 물론 버밍엄 출신에 어렸을 때부터 빌라 팬이었다고 알려져 있습니다만 빌라 정식 유스 출신은 아닙니다. 86년생인 아그봉이 빌라 유스에 정식으로 들어온게 02년도. 이 전까지는 전언한대로 특별한 유스 소속없이 학교와 지역 축구 팀에서 육상과 축구를 병행했다고 하구요. 축구에만 집중하지는 않은 상황이었던 듯 합니다.

그러다가 빌라 스카우터가 지역 축구 리그를 보러갔다가 아그본라허를 발견하고 낚아 채오면서 빌라 유스에 소속되고 육상을 포기하게 되는 걸로...개천에서 주운 격이죠. 이 지역 대회도 그냥 스카우트가 지나다가 간거라는 식으로 말했던 인터뷰를 봤는데 아그봉과 빌라 입장에서 큰 전환점이 될 듯한 순간이네요.





4. 아그봉은 그렇게 유스팀에 소속되게 되면서 물론 못하는 축은 아니었습니다만, 그렇다고 팀의 탑 유망주 대우를 받은 것은 아니었습니다. 이에는 한명의 선수가 언급되어야 할 텐데요. 지난 주말에 WBA 에서 원톱으로 나왔던 루크 무어의 존재 때문이었습니다.



루크 무어는 동년배 빌라 유스에서 황태자 취급을 받던 선수였습니다. 빌라는 02년도 FA 컵 우승을 차지했는데 주로 Under 19 정도가 나가는 대회에서 86년생인 루크 무어가 주전 스트라이커로 뛰면서 팀을 우승시키는데 혁혁한 공을 세우기도 했구요. (이런 레벨에서 한두살 차이가 상당히 크다는건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그야말로 신동이라는 평을 받았구요.형인 스테판 무어 역시 한때 잠깐 (정말 잠깐입니다만...) 웨인 루니랑 비교되기도 하는등 (당시 에버튼 유스의 괴물이 나왔다는 반응이...뭐 현실화 되었군요) 두 형제 모두 빌라 유스에서는 특수 대접을 받았습니다. 바셀이 빌라를 대표하는 유스 출신인 공격수였던 당시 (요즘 바셀 보면 슬프더군요) 바셀을 뒤를 이을 대형 공격수가 나왔다는 평가가 자자했습니다. 실제로 경기 수 대비 만만치 않은 수치의 골을 보여주면서 기대치를 더욱 높였구요.


아그봉과 동갑이자 포지션이 동일한 루크 무어의 존재는 아그본라허한테 심적으로 또한 실질적으로 영향을 주었을 것이 거의 확실하다고 봅니다. 03/04시즌에 이미 퍼스트 팀에 데뷔하고 04/05 시즌부터는 실질적인 전력으로 쓰이기 시작한 루크 무어에 비해 아그봉이 받은 스포트라이트는 초라했다고 할 수 있겠구요.

그렇다고 아그본라허가 못한 것도 아니었구요. 02/03 유스에서 18경기 9골, 03/04 29경기 35골, 리저브 팀으로 승격해서 유스팀과 병행한 04/05에는 22경기 18골인가 라고 나와 있네요. 동 기간(03~06)에 리저브팀에서 37경기 19골...

제 기억으로는 바셀의 빌라 유스 한시즌 최다골 기록을 경신했다고 알고 있었는데, 다른데 보니 내용이 다르긴 하군요. 여튼 골 기록 자체가 센세이션했던건 사실이고...

분명히 재능으로 인정받았고 팀이 아무나 보내주지 않는 임대도 두번 다녀왔습니다. 05년도에 왓포드와 셰필드 웬즈데이에서 짧게 2~3개월 정도씩 있었습니다. 재밌는건 왓포드에 다녀왔던 일일텐데요. 애쉴리 영이 왓포드 유스 출신입니다. 둘이 거기서부터 낯을 익혔지 않나 싶습니다. 지금도 둘이 잘 붙어다닐 뿐더러 애쉴리 영이 처음 빌라 왔을 때 가장 살갑게 대한 애가 아그봉이었는데...안면이 이때부터 있었던 것 같구요.


5. 이러한 아그봉의 퍼스트 팀 데뷔는 05/06 년도 시즌 중후반기 에버튼 과의 원정경기였습니다. 저도 그 경기 똑똑히 기억나는데, 빌라 팬으로서는 참담함 그 자체인 경기였죠. 그 바로 직전 경기 아스날한테 1-5인가로 털리고 맞은 에버튼과의 경기에서 빌라는 다시 한번 1-4 로 대패를 당하게 됩니다. 키작은 센터백인 릿지웰(현 버밍엄)이 에버튼의 제임스 비티에게 제공권에서 제대로 쳐발린(...이런 표현 밖에 쓸 말이 없네요) 날이었습니다. 그 전 아스날 경기 합쳐서 2경기 9실점




그나마 긍정적인 면은 0-4 로 밀린 상황에서 한골을 넣은 선수가 이날 데뷔전을 치룬 아그본라허 였다는 점이고, 저는 이때 아그본라허의 이름을 어떻게 읽는지 현지 캐스터를 통해 알게 되었습니다. 교체로 들어와서 몇분 안되자마자 오른쪽 각도 없는데서 깔끔한 피니시를 보여줬죠.


이 당시 빌라는, 오리어리 감독과 덕 엘리스 구단주 하에서 한계점이 명백한...그야말로 막장 시즌이었습니다. 시즌 순위도 16위로 끝났구요. 17위인 포츠머스도 기사회생했지만 빌라도 답답하긴 마찬가지였습니다. 좀만 승점 벌이 못했으면 위험할 뻔했죠.

구단주가 돈안대주니 선수는 없고 그나마 돈 써서 데려온 선수들은 기대치만도 못하고...바로스, 필립스, 앙헬이 모두 별로였던 (그나마 바로스는 괜찮았다고 자위하고 싶습니다만) 시즌이었습니다. 특히 슈퍼 케브...미들진, 수비진도 마찬가지였구요. 시즌 중반 넘어가면서 어차피 이 시즌 버리기로 작정한 듯한 오리어리 였던 지라 (제가 보기엔 감독직도 내놓기로 작정한듯한) 유스에서 선수들을 많이 데려다 썼습니다. 이에는 FA 유스컵에서 02년도 우승하고 04년도 준우승한 멤버들이 존재했었구요. 아그봉도 04년 준우승 멤버 중 하나였구요.

크레익 가드너, 게리 케이힐, 아이재이아 오스번 그리고 아그본라허 등이 이때 퍼스트 팀에 데뷔합니다. 여기에 이미 자리를 굳히고 있던 자체 생산 어린 선수들인 루크 무어, 스티븐 데이비스, 리암 릿지웰, 피터 위팅엄 등이 있었구요.


아그본라허는 이 시즌 9경기에 출장했고 어느 정도 입지를 굳혔습니다만...다음 시즌 이 정도로 급성장할 거라고는 아무도 몰랐죠.


6. 마틴 오닐의 빌라 입성은 빌라 구단에게도, 그리고 아그봉 개인한테도 잊지 못할 전환점이 될 것이 확실합니다.

06/07 시즌 부임한 오닐은 8월 중순에 급하게 부임해서 전력 보강을 할 시간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스틸리언 페트로프만 영입하고 대충 나머지는 있는 자원 바탕으로 1월까지 나기로 했고 이때 생각한 공격 방식이 3톱이었죠. 전임감독 오리어리 밑에서 닥치고 플랫 4-4-2, 눈이 오나 비가 오나 일자 4-4-2만 보던 빌라 팬들한테 매우 신선한 충격이었는데요.


탑 자리에는 앙헬, 시간 지나서 공짜로 데려온 크리스 서튼을 쓰고 양 날개에 파격적인 86년생 듀오 아그봉과 루크 무어를 세우게 됩니다. 루크 무어는 아쉽게 시즌 초에 부상으로 전력이탈했지만 당시 오닐의 구상은 빌라의 초반 선전으로 잘 들어맞았는데 이는 아그봉의 역할이 절대적이었구요.

자신의 포지션이 정확히 뭔지 모르는 상태에서 오닐이 아그봉을 파격적으로 중용함으로써 확실히 자신의 색깔을 찾았습니다. 오닐이 부임하자마자 아그봉은 연습 경기에서 조차 빠진 적이 거의 없었고 그것도 대부분 풀타임 출장...

이때부터 루크 무어와의 위상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하죠. 오닐 부임 당시 분명히 루크 무어가 우위에 있고 실제로 대외 평판도 그랬는데, 골감각 말고는 특별한 특징이 없는 루크 무어보다 피지컬 적으로 매우 우수한 아그봉을 밀어주는 오닐 하에서 완전히 다른 상황이 벌어집니다.

특히 루크 무어가 안타까운 점은, 오닐의 눈에 한창 들어야할 시즌 초반에 (06년 9월 마지막날로 기억나는데) 경기 도중 어깨 탈골로 4개월쯤 이탈하게 되면서...결국 빌라에서 설 자리를 잃게 되었다는 건데요. 이 공백기에 빌라는 애쉴리 영, 사레브, 션 말로니를 영입하면서 아그봉과 함께 공격진의 완전한 개편을 선언하고 기회를 잃어버린 루크 무어는 결국...지금 WBA 에서 저러고 있습니다. 꽤나 안타깝네요.


7. 아그봉이 리그에서 이름을 날리기 시작하자 06/07 시즌 중반부터 대표팀 승선에 대한 말이 불거져 나왔습니다. 근데 잉글랜드 대표 승선이 아니구요. 아버지의 나라인 슈퍼 이글스 나이지리아가 매우 적극적이었구요. 나이지리아는 막 뜨기 시작한 아그봉에게 청소년 대표 제안, 그리고 얼마 후에 성인 대표팀 승선 제안도 했던 걸로 기억하는데 아그봉이 둘다 걷어차버렸습니다. 당시 잉글랜드 u-21 에도 정기적으로 뽑히는 위상이 아니었었는데 그래도 잉글랜드 대표 하고 싶다고 그래서...


뭐 얼마전 독일과의 경기에서 잉글랜드 국대로 결국 데뷔한 아그봉이고 보니 소망대로 되었군요.


8. 지난 경기 분명 잘 했습니다만 역시 아그본라허의 최적 포지션은 투톱 중 피니셔 역할이라고 생각합니다. 사레브와 같이 나올때의 파괴력은, 비록 공 없는 상황에서의 움직임을 못 보는 TV 시청자의 하나일 뿐이지만 대단할 거라고 감히 추측합니다.

이렇게 닥치고 공 잡으면 빈 공간으로 치고 나가려는 애들을 막기란 보통 일이 아니겠죠. 더욱이 단거리 육상 선수 출신이니...이제 아그봉의 스피드는 정평이 나 있어서 어느 정도 공간을 주고 치고 나가려는 순간에 아예 수비가 공을 따라가지 않고 뒷공간을 막는 방식을 많이 볼 수 있습니다. 달리기 시작하면 쉽게 잡을 수 있는 레벨이 아니니까요.

물론 아직 볼 터치는 미숙하고 축구 선수로 전업한지 얼마 안되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공을 가지고의 동작은 많이 부족한 편이라는...아그봉 경기 도중 흔히 볼 수 있는 장면이 어디선가 공간이 나와서 골라인 근처까지 공을 몰고 왔는데 혼자서 제칠 능력이 없어서 끝까지 갔다가 멈춰서는 장면입니다. 아그봉의 스피드를 따라가기에는 아군도 너무 느리기도 하고...이럴때는 혼자서 중앙 돌파를 할 수 있는 테크닉이 있었음 하는 바람도 있습니다만 뭐 많은걸 바라나요.

특히 상대 진영 왼쪽에서 치고 들어갈때, 양발 사용이 자유롭지 못한 오른발 잡이이다보니 자기가 다 만들어낸 공격템포를 죽이면서 오른발 위치로 꺾으려고 한다거나 뒤에 오는 동료들을 기다리는 경우가 많죠. 이걸 수비수들이 이제 대부분 인지하고 있구요.


하긴 그 피지컬에 1:1 돌파 능력까지 갖추면 진짜 괴물이 되겠습니다만 아쉽긴 한지라


9. 애쉴리 영과의 호흡 부분에서 눈여겨 볼 점도 있습니다. 아그봉이 톱으로 나오고 애쉴리 영이 왼쪽 윙으로 나오는게 일반적인 경우인데요. 이렇게 되면 아그본라허의 주 활동 공간도 왼쪽에서 많이 창출된다는데 재밌다고나 할까요. 오닐의 전술적 요구인지는 모르겠는데, 애쉴리 영이 왼쪽을 파고들 경우 아그봉이 반대쪽 사이드를 파고드는게 아니라 애쉴리 영을 보조를 맞추면서 니어 포스트 쪽으로 들어오는 경우를 많이 볼 수 있습니다.

설마 둘이 친해서 그런건 아닐테고...여튼 국지적 전술로 빌라가 자랑하는 듀오가 상대 오른쪽 라인을 상대하는걸 보는건 매우 다이내믹하죠. 왼쪽에서 머물다가 한번 꺾으면서 둘다 오른발로 처리하려는 경향이 강하기도 하고 그런 면에서 전술적인 선택인 걸로도 보이는데...근데 아그봉이 그렇게 머리가 잘 돌아가는 타입인지는 ㅎㅎ 그냥 공 따라 가는거 아닐까 싶네요.


10. 아그봉의 최근 눈여겨 볼 점은 바디 밸런스가 상당히 많이 좋아졌다는 겁니다. 이런 스프린터들은, 민첩성과 순간 가속도가 뛰어난 윙어와는 또 다르게 쭉쭉 뻗어가는 가속도와 일반 주력이 상당한데요. 이렇게 전력으로 뛰는 상황에서 조금이라도 건드리면 균형이 무너지는게 일반적인 상식이구요. 갸날픈 몸매의 아그봉 역시 프로 데뷔 초창기 때 그랬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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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원톱으로 하드 트레이닝을 했는지는 몰라도 이제 어지간한 수비를 달고 뛰는 능력을 보여주네요. 볼튼과의 경기가 그런 모습이 잘 드러난 경기였는데, 일단 스피드에 자신이 있기에 어깨 싸움에서 약간의 우위만 점해도 파바바박 달려갈 수 있는 선수인지라 상당히 위협적입니다. 수비랑 서로 몸으로 의지하면서 안 넘어지는 방법을 체득했다는 느낌이랄까요. 조그마한 균열에는 잘 넘어지지 않더군요.

또한 기본적인 피딩 능력이나 헤딩 능력도 많이 신장되었습니다. 등지는 플레이가 생각보다 많이 나오고 또 생각보다 잘해주는 최근이구요. 헤딩은 가끔가다 튀어나오면서 잘라 먹는 헤딩이 꽤 있는데 부지런하고 발이 빨라서 그런지 괜찮네요. 그래도 사레브의 압도적 헤딩력은 아닙니다만 움직이는 상황에서라면 프리미어리그 중간 정도는 되는 것 같습니다.


또 아그봉한테서 간과받는 부분이 있다면 활동량과 수비 가담인데요. 마틴 오닐은 윙어들이나 공격진한테도 많은 수비가담을 요구하는 감독인데 아그봉과 애쉴리 영 역시 수비가담이 매우 적극적이죠. 특히 얘네 둘은 거의 전경기 풀타임 출장을 하는 중인데도 경기 막판까지 정말 열심히 뛰어다닙니다. 젊은게 좋긴 좋은거죠.

아그봉은 양 사이드를 지 맘대로 휘젓고 다니는데, 특히 툭툭 치고 달리는 플레이 스타일과 또 이에 비례해서 수비수들의 마크로 넘어지는 경우도 많은데 부상도 잘 안 당하고 잘 뛰어다니는거 보면 신기할 정도입니다. 일단 공오면 신나가지고 툭툭


이건 지극히 제 주관적인 생각이지만, 프로야구 LG 에서 이대형이 출루했을때 신나하는 거랑 아그봉한테 공 멀리 주고 뛰어가라고 했을때 신나하는 거랑 비슷한 느낌이...그냥 뛰라고 하면 좋아서 뛰어다니죠. 뛰는게 전부인 종목은 아님에도...역시 육상은 모든 운동의 기본이에요 ㅎㅎ



11. 아그봉은 분명 편한 성격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도 무슨 성격파나 팀 케미를 해치는 타입은 아니지만 여러 인터뷰나 그동안 봐온 언행을 봤을때 아주 얌전히 죽어지내는 스타일은 결코 아닌...

세레머니 장면도, 상대편 팬들이 보면 4가지 없을 정도의 거만한 제스처를 많이 보여주죠. 원래도 좀...쉬운 얼굴은 아닌데 여기다가 거만함이 잔뜩 들어가면 비호감으로 바로 변한다는...


경기 중에 헤어우드랑 공 안준다고 둘이서 싸운적도 있죠. 대놓고 치고박고는 아니었지만...또한 잉글랜드 U-21 유럽 토너먼트 당시 (의도적인 듯) 연락 두절로 스튜어트 피어스에게 찍혔던 일이나 얼마 전에도 연락 안되서 약간의 파문이 있었던 가쉽이 있었고...



그래도 슬리피한 눈과 좀 음침하게 생긴 인상과는 달리 환하게 웃을때 아주 매력적입니다. 인터뷰 하는걸 보면 농담 따먹기(!) 도 잘하는거 같구요. 유머러스하게 말하는 장면이 꽤 있더군요. 목소리는...좀 걸걸한 편입니다.

새침한 투덜쟁이 정도? 의 느낌이에요. 그래봤자 오닐 앞에서는 고양이 앞의 쥐입니다만




잡소리가 정말 되게 길어졌군요. 그만큼 개인적으로 아그봉에 대한 애정이 크다는 얘기고...정말 이렇게 빨리, 크게 자라줄줄은 상상도 못했습니다. 경기를 하면 할수록 경기력이 느는게 보이는 선수라서 팬으로서 지켜보는 재미가 있다고나 할까요.

처음 데뷔할때 raw...날 것 그대로의 모습이었는데 이제 테크닉도 어느 정도 갖춰지는 것 같고 왼발 못 쓴다 욕 먹지만 그래도 자기도 노력해서 어떻게 해보려는 것 같고...대단하네요.

by Griffey | 2009/12/26 18:42 | Aston Villa | 트랙백

빌라 레전드 - 드와이트 요크

드와이트 요크는 현재까지도 선수 생활을 하고 있고 찬란했던 맨유 생활을 통해 엄청난 유명세를 치루는 스타플레이어입니다만 그가 유스 시절에 잉글랜드로 건너오고 프로 데뷔를 한 곳은 빌라입니다. 빌라에서도 그의 플레이는 반짝반짝 빛이 났었다죠.





요크는 트리니다드 토바고 출신입니다. 이게 이민자 2세대라서 잉글랜드에 살면서 트리니다드 국적을 선택한게 아니라 카리브해 연안 현지에서 직접 발굴된, 어찌보면 아주 운 좋은 케이스죠. 그만큼 그의 천재성이 대단하다고 할 수도 있겠구요.



▶ 빌라로 오기까지 & 유스 시절

- 드와이트 요크는 트리니다드 토바고 Cannan 이라는 곳 출신입니다. 여느 카리브 해 마을과 다름이 없었다는 이곳에서 9남매 중의 하나로 태어났고 집안 형편도 그다지 좋은 편은 아니었다고 하는군요.

어렸을 때부터 축구를 매우 좋아해서 형제, 동네 친구들과 매일 같이 공을 찼지만 항상 맨발이었다고 합니다. 정식 축구화 하나 갖는게 소원이었고 이를 위해서 킹크랩을 잡아다 팔고 여러가지 일을 유년시절부터 했다고 하네요.


정식 축구 교육을 받기 어려운 상황에서 요크가 빌라 구단의 눈에 띈 과정은 그야말로 드라마틱 합니다. 요크는 88년부터 학교를 다니면서 같이 지역 대표팀의 선수로 뛰고 있었는데 89년 여름 휴가 기간동안 팀을 이끌고 카리브 해 투어를 하던 빌라 감독 그레엄 테일러의 눈에 상대편 선수로 나온 17살의 어린 선수가 눈길을 확 잡아 끌게 되었고 바로 데리고 와서 유스 팀에 소속되게 됩니다.


카리브 해에서 직접, 그것도 감독이 당장 데려올 정도면 요크의 천재성이 어느 정도였는지 그리고 테일러가 그 한경기만에 얼마나 강렬한 인상을 받았는지 대충 짐작이 되는 부분인데요. 요크는 버밍엄에 와서 약 1년 넘는 유스 생활을 거친 후 90년 말미에 맨유와의 경기에서 리그 데뷔전을 치룹니다. 이 당시만 하더라도 자신이 나중에 가서 영광의 시절을 보낼 상대팀이었는지는 몰랐겠죠.

89-90 Aston Villa  2 Games  (-)  



▶ 빌라 시절의 초반, 재능 덩어리가 무엇인지 보여주던  

90-91 Aston Villa  2 Goals, 18 Games  (-)  
91-92 Aston Villa  11 Goals, 32 Games  (-)  
92-93 Aston Villa  6 Goals, 27 Games  (-)  
93-94 Aston Villa  2 Goals, 12 Games  (-)  
94-95 Aston Villa  6 Goals, 37 Games  (-)  


요크의 빌라 커리어는 두 시기로 나누어 볼 수 있습니다. 앞은 데뷔부터 94/95 시즌 까지 뒤는 그 이후부터 이적 전까지. 이에는 감독의 교체도 영향이 있는데요. 바로 포지션이 바뀌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요크의 재능에 반해서 직접 데리고 온, 그리고 데뷔도 시키고 각별히 아껴서 손수 챙기던 그레엄 테일러가 잉글랜드 대표팀 감독을 위해 90년 자리를 비운후 체코 출신 (지금은 슬로바키아 국적) 의 Venglos 감독, 그리고 그 뒤를 바로 이은 Big Ron 론 앳킨슨 감독 하에서 각각 뛰는 위치가 달랐습니다. 91/92 시즌에 이미 10골을 넘기면서 피니셔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지만 91년 부임한 앳킨슨 밑에서 기본적으로 오른쪽 윙으로 뛰었습니다.

이게 94/95 시즌까지는 골 수가 그다지 없었던 데에 대한 답이 될 수 있겠네요. 지금도 중앙, 측면 미들 다 가능할 정도로 다재다능함을 뽐내는데 프로 초기부터 이런 멀티플로서의 가능성을 보인 점은 밀접한 연관이 있겠죠.


요크는 무럭무럭 성장했고 빌라 역시 92/93 시즌 2위를 기록하는 등 좋은 모습을 보였습니다. 94년 리그컵을 차지하기도 했구요. 그동안 잔부상과 감독과의 불화로 출장이 적었던 93/94 시즌을 제외하고는 꾸준히 좋은 모습을 보인 요크였습니다.

90년대 중반에 이르러서 요크는 빌라 최고 선수이자 EPL 의 떠오르는 스타로서 주목받게 됩니다. 빌라 레전드이자 80년대 초반 전성기를 이끌던 Gary Shaw 에 비견되는 재능을 가진 선수로 팬들에게 칭송받게 되죠. 쇼는 그야말로 천재형의 피니셔였다고 하는데 이제 갓 20살이 넘은 선수에게 그런 클럽 역사상 최고의 재능이라는 선수와 비교해준 것은 요크의 능력이 그만큼 대단했고 만개해갔다고 볼 수 있겠습니다.



▶ 프리미어 최고 반열에 올라서다

95-96 Aston Villa  17 Goals, 35 Games  (-)  
96-97 Aston Villa  17 Goals, 37 Games  (-)  
97-98 Aston Villa  12 Goals, 30 Games  (-)  
98-99(ao?) Aston Villa  1 Games  (-)  


95/96 시즌부터 골 수가 상당히 많이 늘어납니다. 이에는 물론 이언 테일러 등의 좋은 미들진 영입 영향도 있을 수 있겠으나 역시 포지션이 탑 스트라이커로 바뀌면서 이리 된 것이죠.

이에는 역시 빌라 최고 스타 출신 감독인 브라이언 리틀의 부임 때문입니다. 론 앳킨슨은 요크를 그다지 좋아하지도, 사적으로 신뢰하지도 않았던 반면 브라이언 리틀은 오자마자 요크를 전적으로 밀어줬으며 그의 재능을 높이 사서 오른쪽 윙에서 스트라이커로 포지션을 변경합니다. 그리고 요크는 자신의 잠재력을 만개하기 시작하죠.


이 시기에는 요크의 주옥같은 골들이 쏟아져 나오던 때인데 빌라의 가장 최근 트로피인 96년 리그컵 우승 견인 (결승전에서도 골 기록) 을 하기도 했구요. 96/97 시즌 對 뉴캐슬 전에서 요크의 영웅적인 모습은 길이 회자되고 있기도 하던데...경기 결과는 4-3으로 빌라가 졌지만 뉴캐슬이 3-1로 앞선 상황, 특히 빌라는 주력 중앙 미들 드레이퍼가 퇴장으로 빠진 상황에서 포기하고 있는 빌라 공격진 가운데 홀로 無 에서 有 를 창조하며 2골을 몰아쳐서 결국 본인이 빌라가 기록한 3골을 모두 넣어 해트트릭을 한 경기라고 합니다. 동점골인 4번째 골도 그의 발끝에서 골망을 흔들었지만 옵사이드 판정이 되어서 더욱 아쉬움이 남는 시합이었다고...


2시즌 연속 17골을 기록하고 97/98 시즌은 약간 부진했지만 12골을 기록, 3시즌 연속으로 10골 이상을 넣은 다재다능한 선수는 잉글랜드 안팎으로 명성이 자자해졌고 요크의 몸값은 폭등했죠. 97/98 시즌은 빌라가 부진한 시즌이었고 시즌 중간에 리틀 대신 그레고리로 바뀐 때이기도 합니다. 그럼에도 요크는 혼자서 공격진을 책임져 주면서 한 팀의 에이스로 충분한 모습을 보였던 것이죠.



이에 필 꽂힌 퍼거슨을 비롯해 유수의 명문 클럽들이 접근하기 시작하는 것이죠.



▶ 정해진 수순, 아름답지 못한 결말

- 꽂힌 선수한테는 엄청난 금액도 아까워 하지 않고 쏟아붓는 퍼거슨의 맨유가 결국 요크를 낚아챘습니다. 가자마자 EPL 득점왕에 오르고 트레블을 차지하는데 혁혁한 공을 세웠으니 결과적으로 봤을때 분명 대성공이죠.

하지만 빌라는 선수를 파는 구단은 아닌데요. 당시 최고 이적료 기록을 세울 정도로 많은 액수인 £ 12.6m 을 지불했지만, 그리고 이 돈으로 빌라는 많은 보강을 했지만 그레고리와 빌라 구단이 원한건 이런게 아니었습니다.


EPL 최고 재능덩어리로 불리던 요크의 잔류를 당연히 바랐죠. 빌라는 지금도 그렇고 돈이 없는 구단이 아닙니다. 엘리스 시절에도 쓸 때는 확실히 썼고, 일단 90년대 중후반에 돈 없어서 선수를 팔 정도인 마인드의 구단도 아니었죠. 쪼들리는 형편도 아니었구요.


하지만 요크의 이적을 위한 언행때문에 결국 허가해줬고 그렇게 근 빌라 역사상 최고의 공격수이자 그레엄 테일러의 공든 작품은 빌라의 품을 떠나고 말았습니다.

빌라에서 통산 231경기 97골을 기록했습니다.


요크의 기본적인 성격은 활달하고 항상 웃는 표정이고 친절하다 합니다. 자신의 조국인 T&T 에 여러 지원을 아끼지 않을 정도로 지역 사회활동에도 열심이구요. 하지만 그에 못지 않게 공명심 같은 것도 어느 정도 있는 듯 합니다. 상당히 사교적인 성격도 이에 한몫하는 것 같고...물론 축구 선수라면 성적을 낼 수 있는 팀에 가고 싶겠고 지역 유스 출신이 아니기에 충성심 같은 부분도 부족할 수 있겠지만 마지막에 요크가 하고 나간 행동들은 약 10년이 다되어가는 현지 빌라 팬들한테 아직도 회자되더군요.


이적 당시 맨유가 이적 기간 전에 불법적인 접촉이 있었다는 논쟁이 있었었고, 이런 루머들이 불거질 때 그레고리와 빌라 구단은 앤디 콜과의 스왑 아니면 요크를 맨유에 내줄 일이 없으니 신경 꺼라, 돈 줘도 못 준다 이런 입장이었는데...


맨날 빌라 사랑, 나를 트리니다드 토바고에서 데려와 기회를 준 은인 이런 식으로 빌라를 말하던 요크가 갑자기 맨유에서 안 보내주겠다면 경기 내보내도 제대로 뛰지 않겠다 이렇게 협박을 한 것이죠. 팬들은 심한 배신감을 느낄 수 밖에 없는 상황이겠고...

우승을 하고 싶고 유럽 대회에 나가고 싶어하던 요크의 입장에서는 이해가 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98/99 시즌 개막전에 나와서도 경기 중에 제대로 뛰지도 않고 태업을 했다는 점에서는, 최소한 빌라 팬들에게는 변명의 여지가 없는 부분입니다.  


12.6m 이 헐값이라고는 절대 말 못하겠지만 요크는 다른 팀에게 내줄 수 없는 재능이었기에, 또 빌라가 정말 각별히 어렸을 때부터 관리해온 대스타라는 점에서 이런 충성심 부족은 큰 실망을 안겨주었습니다. 화려한 생활을 좋아하는 요크 본인에게 당시 중상위권 전력을 유지했지만 큰 스포트라이트를 받지는 못했던 빌라의 그릇은 자신에게 맞지 않는다고 생각했을 듯 한데...물론 퍼거슨의 맨유에 합류해서 자신이 원하는 세계적인 명성을 얻어낸 점은 분명 대단하죠.


여기다가 04/05 년 빌라의 구애를 뒤로 하고 (왜 데려오려고 했는지...루머는 분명 있었는데) 지역 라이벌 버밍엄 선수로 가면서 더욱 안 좋은 인식이 박힌 경향도 있습니다.



▶ 뭐든지 다 할 수 있었던 선수

- 맨유 시절에 그를 봤던 분들이라면 다 아시겠지만 아주 날래고 재능 넘치는 선수였죠. 골 수에서 보다시피 전형적인 피니셔라고 하기에는 약간 무리가 있습니다만 피니싱 능력도 분명히 있고

피니셔라고 딱 단정짓기에는 여러가지 재능이 너무나 반짝반짝 빛나는 선수죠. 기본적으로 좋은 피지컬에 더해 흑인 특유의 흐느적흐느적 유연한 움직임, 오묘하게 수비를 제치는 스킬, 환상적인 트래핑과 키핑 능력, 좋은 시야와 패싱

말년에 대표팀에서 미드필더로 설 수 있는데는 이런 다양한 재능 때문이기도 하구요.

개인적으로 요크하면 떠오르는게, 프로 쯤 되면 축구는 더 이상 좋아하는 취미 수준이 아니고 직업이기에 근엄하고 진지한 자세와 표정이 경기 중에 보여지는게 많죠. 이게 그리 나쁜 것도 아니고 그렇게 신중해야할 것임에는 틀림없지만...

요크는 마치 카리브해 해변에서 공차던 어린 시절 마냥, 경기 내내 밝은 표정으로 돌아다니면서 이번에는 어떤 플레이를 할까, 어떤 모습을 보여서 사람들을 놀래켜 줄까 이런 생각을 하는 소년같았다고나 할까요. 넘치는 끼와 재능을 발산하지 못해서 안달인 축구 소년 말이죠. 이런 즐거움과 축구에 대한 긍정적인 태도가 아직까지도 선수생활을 하는 원동력인 듯 합니다.






89년부터 98년 여름까지 이어진 약 10년간의 빌라 생활은 빌라 팬들에게 요크에 대한 애증의 시간이라고 볼 수 있겠네요. 저는 물론 그때 빌라를 그리고 요크를 본건 아니지만 아직도 90년대 빌라를 얘기할 때 절대 빠지지 않는, 그리고 최근 20년 동안 최고의 공격수이자 역사상 빌라가 가졌던 최고의 재능이라는 요크의 빛나던 시절은 빌라 팬들의 주 레퍼토리 중의 하나입니다.


이제 팀을 떠난지 또 약 10년의 시간이 흐른 가운데 아직도 요크에게 더 이상 뭐라고 욕하거나 그러는 사람들은 별로 없더군요. 사람들은 항상 좋은 것만을 남겨두기 마련이고 시간은 기억을 미화시키니까요. 요크는 아직도 빌라 팬들이 <최근 최고의 선수는?>, <빌라에서 나가서 아쉬운 선수는?>, <역대 빌라 최고 라인업> 이런데에 이름을 자주 올립니다. 아니 항상 최상위권이죠.


그만큼 빌라에서의 요크는 맨유에서의 요크 못지 않게 대단했던 시기이고 맨유에서의 그 모습만 기억하는 요크 팬들한테 빌라 시절의 요크도 기억 되었으면 하군요. 맨유에서 그토록 대단하던 요크는 이미 빌라의 모든 것이었었다고...



보지도 않은 과거 얘기를 어림 짐작 가지고 잘난척하면서 길어진 글 죄송합니다.

by Griffey | 2009/12/26 18:39 | Aston Villa | 트랙백

빌라 닮은꼴

요즘 잘해주고 있는 케야르 보면서 (빌라 팬피에선 King Carlos 라고 불린다는...) 자꾸 에릭 바나 생각이 났습니다.

그죠, <트로이> 와 최근작 <시간 여행자의 아내> 에 나왔던 바나말인데요. 짙은 수염 때문인지는 몰라도 자꾸 그런 생각이...

그래서 한번 비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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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니었네요, 미남 바나에게 미안...그냥 수염이 덥수룩한게 닮았군요. 아침에 면도해도 오후되면 다시 덥수룩해지는 수염이라...


제가 착각했나 봅니다. 아님 시간 여행자의 아내가 너무 머릿속에 남아있던건지...싱크로율 15% 정도?


차라리 카를로스 케야르는 다른 유명인사랑 비교되는 경우가 많더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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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정 케야르와 어글리 베티는? 어떻습니까 이 조합은 ㅋ


케야르 말고 다른 선수도 제 맘대로 크로스 해보기로

개인적으로  한국에 사는 스포츠 팬이자 빌라 팬이 아니라면 쉽게 발견하기 힘든 거라고 생각합니다 . 영국 현지 팬들도 이런 발견하지 못했을 거라고 자부하는데 쿨럭 ㅎ 지구 반대편, 인종을 넘어서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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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은 동부에서 맹활약하고 있는 KBL 진경석 선수와 빌라의 떠오르는 에이스 제임스 밀너

이 사진만 놓고 보면 또 별로인 것도 같은데, 실제 경기 보면 더욱 닮았다는 느낌이 드는게

둔탁한 느낌이 드는 턱라인 (그래서 더 신뢰감을 주는 듯한), 옴팡눈이라고 하죠? 들어간 눈주변. 그리고 왠지 성실할 것 같은 인상...또한 팀의 에너자이저인 모습 

음...아닌가요? 닮았다는뎅, 닮아야 하는데...쿨럭



여튼 다른 사람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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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건 많이 회자되는 얘기인데다가, 어차피 빌라에서도 떠난 사람이긴 하지만...

여튼 배리는 못 잊을 거예요. 감독도 바뀌었는데 돌아오면 안되남? 안되남? 되지 않남...


지금까지도 억지였지만 여기서 부터는 진짜 제 맘대로 비슷한 애들 골라봤는데요 우스갯소리로 한번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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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악한 아그봉 vs 가가멜

ㅋㅋㅋㅋㅋㅋ

이거 공감을 못사면 민망한데


하나더 무리수를 던지자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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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레스 & 그로밋의 월레스와 시드웰


멍때리는 표정이 닮았다고 주장하고 싶지만, 머리 모양 때문임에 비슷하다고 느낀것을 부정하지는 못하겠습니다 T.T


결국 따지고 보니 뭐하나 비슷한 것이 없게 됐나요? 뻘글이 되었네요...그래도 그냥 심심해서 한번 ㅎㅎ

by Griffey | 2009/12/24 11:06 | Aston Villa | 트랙백

밀너의 대발견 - 배리따위 필요없엉

밀너가 진짜 잘해요. 


원래 박싱데이 즈음에나 후보로 서서히 가동될 것 같았던 다우닝이 빠른 복귀를 보이면서 빌라는 전체적인 포메이션 변화를 가져갔습니다. 좌 애쉴리 영, 우 밀너 라는 선수와 다우닝을 어떻게 공존시킬지에 대한 우려가 상당했는데 이 세명의 잉글 국대급 윙어들을 모두 안고 가는 선발 라인업으로...꽤나 파격적인 오닐의 선택이었구요. 

밀너가 중앙으로 들어오면서 왼발 스페셜 리스트 다우닝이 제 포지션인 왼쪽으로 나오고 애쉴리 영이 오른쪽 윙으로 옮겨 왔습니다. 그리고 맞은 지난 4경기 (리그컵 포츠머스 전까지 포함) 전승에 10득점 2실점. 더욱이 헐시티 전을 빼곤 모두 원정 경기였고 더더욱 놀란건 다들 아시다시피 OT 원정에서 26년만이라던가요, 맨유를 격파했던 것. 그리고 오늘 경기에서는 만만치 않은 전력을 갖춘 선더랜드를 빛의 구장에서 잡아냈습니다. 그야말로 최고의 폼을 보이면서 박싱데이 스케줄로 돌입하는 빌라인데요. 


다른 무엇보다 고무적인건, 비단 결과 뿐 아니라 경기 내용까지 거의 흠잡을 데가 없었다는 겁니다. 빌라의 의도대로 지난 4경기가 모두 진행되었고 비교적 빌라보다 언더독이라고 할 수 있는 포츠머스, 헐시티, 선더랜드 전은 보는 사람이 걱정 안 해도 될 정도로 경기를 편안히 가져갔었습니다. 

이 모든 것의 밑바탕에는 오닐의 포메이션 변화와 이에 따른 미드필더진의 개편, 그리고 그 중심을 이루는 밀너의 중미 컨버젼의 성공이 있구요. 

좌 다우닝, 우 애쉴리 영, 중앙 밀너에 홀딩 페트로프...이렇게 4미들을 이뤄서 나오고 있는데 밀너가 단연 압권입니다. 맨유 전 보신분들은 꽤 많으실텐데, 이 맨유전보다 맨유 전의 바로 전 경기인 헐시티 전이나 오늘 열렸던 선더랜드 전 보셨으면 입이 떡 벌어지셨을 것 같네요. 

현지 빌라 팬포럼 같은데서 빌라의 Stevie G 라고 불리고 있습니다. 예, 진짜로 제라드 보는 것 같아요. 현재처럼 공미 혹은 섀도우 역할을 수행하는 제라드 말고 초창기 중앙 미들로서 다이내믹한 활동반경을 보여준 그 제라드에 더 가까워 보이구요. 

"윙어" 밀너에게 아쉬웠던 점은, 투박한 쪽에 가까운 테크닉과 이로 인한 단순한 돌파. 그리고 이렇게 돌파가 안되다보면 될대로 되라는 식으로 올리는 책임회피성 크로스. 즉 날카로운 면이 부족했던 것인데요, 중미에 갖다놓으니 이런 점은 전혀 눈에 띄지 않습니다. 

대신 넘치는, 아니 넘치는 수준이 아닌 미친듯한 활동량과 적극성, 양발을 비교적 다 잘 쓰는 점, 좋아진 시야는 중미에서 더욱 힘을 발휘하고 있습니다. 오늘 밀너는 1골 1어시를 기록했는데 이는 빌라의 2:0 승리와 모두 직결되는 공격 포인트였구요. 첫번째 골 장면, 헤스키한테 가는 양질의 스루 패스 보고 깜짝 놀랐습니다. 

두번째 멋드러진 아웃프런트 중거리슛은 화룡점정이었구요. 비단 이런 공격 포인트 뿐만 아니라 이거 공이 가는데에 밀너가 안 보이는 곳이 없더군요. 진짜 미쳤구나 이런 생각이 들 정도로...밀너의 활동반경이 윙어 시절에 주로 오른쪽을 중심으로 오른쪽과 중앙을 커버했다면 (간혹 가다의 애쉴리 영과의 스위칭)

현재의 밀너는 진짜 안 다니는데가 없습니다. 피치 전체에 발자국을 찍으려고 하는건지 헐...더욱이 시야와 키핑력도 꽤나 개선이 되서 좋구요. 오늘 카나 같은 선수들과의 만만치 않은 중원 싸움을 밀너 때문에 압도했다는...밀너 특유의 들이댐과 튼튼함은 


그리고 이렇게 밀너를 중미로 끌어올릴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다우닝의 영입과 연관이 있을텐데요. 다우닝, 애쉴리 영, 밀너 이 셋이 같은 피치 내에서 이렇게 유기적으로 돌아갈 줄은 정말 몰랐습니다. 서로 지속적으로 자리를 바꾸면서 상대편을 교란시키고 빈공간을 찾아들어가는데요. 전언한 밀너가 진짜 안 다니는 곳 없이 사이드 라인도 타고 중앙 침투도 하고 풀백 공간도 커버하고 그런다면

다우닝은 주로 왼쪽을 위주로 하되 중앙의 지원 사격, 그리고 오른쪽에서도 자주 보이네요. 애쉴리 영은 주로 양 사이드 쪽에서 보이고...

즉 배리가 그동안 담당했던 팀 전체적인 패스워크나 공격의 시발점을 중앙에서 밀너와 다우닝이 적절하게 역할 분담을 해서 나눠 가진 것으로 보입니다. 밀너의 왕성한 활동량 + 다우닝의 시야와 킥력, 기술적 완성도가 어우러져서 상당한 시너지 효과를 내고 있어요. 진짜 셋이서 지속적으로 스위칭을 하는데 동선이 겹칠까봐 꽤 걱정했는데 그러지도 않네요. 

개인적으로는 빌라 부임 이후 오닐의 전술 역량에 대해 가장 놀랐고 후한 점수를 주고 싶은 부분인데요, 다우닝이 이렇게 빨리 합류할 줄도 몰랐고 또 쓴다고 해도 이렇게 즉각적으로 부동의 주전으로 쓰고 또 세 명의 윙어를 이렇게 돌릴 줄도 몰랐는데...상당하네요. 밀너야 예전부터 중미 컨버젼을 언젠가는 해야한다는 소리를 들었던 선수이기는 하지만 실제로 이런 식으로 이어질 줄은 몰랐습니다. 그것도 U-21 에서 뛰어봤던 3미들에서의 중미가 아니라 2미들에서 헐...날개돋힌 듯이 뛰어다니는 밀너의 모습에 다시한번 더 헐...


밀너에게 부족했던 섬세함을 갖춘 다우닝이 한 쪽 사이드에 위치하면서 중앙에서도 도움을 주니 공격은 훨씬 원활해졌어요. 그동안 집중견제로 힘겨워하던 애쉴리 영도 완연히 상승세로 돌아선 것 같습니다. 밀너는 여전히 사이드로 출몰 중이고 그리고 어차피 아그봉 같은 애들도 사이드로 잘 빠져주기 땜시 빌라의 양 사이드의 공격력은 훨씬 더 업그레이드 된 것 같네요.

덧붙여 드디어 가동되기 시작한 루크 영으로 인해 좌 워녹, 우 루크 영으로 꾸며진 잉글 B 팀 급 레벨의 전문 풀백들이 부지런히 공격 가담을 해줌으로써 더욱 사이드 활용도가 높아졌구요. 기존 타 포지션 선수들(케야르, 리오코커) 를 풀백으로 돌릴시에 볼 수 없었던 제대로 된 타이밍의 협력적 돌파가 눈에 띄게 많아졌습니다. 애쉴리 영 아이솔레이션에서 완전히 벗어난 느낌이네요. 

다우닝의 영입이 이렇게 큰 파장을 가지고 올 줄은 몰랐는데...대단하네요. 부상 중인데다가 폼 떨어지고 이미 피지컬 능력이 많이 하락했다던 다우닝한테 12m 파운드나 들였던 오닐의 의중이 맞아떨어져 가고 있는데...여튼 연쇄적으로 선택한 밀너의 중미 컨버젼, 그리고 밀너 - 다우닝의 패키지로 배리의 공백을 메꾸려는 시도는 성공적으로 가고 있습니다. 

박싱데이 일정이 그닥 좋지 않은 편인데, 다음 스토크 시티 전을 필승하고 이후 아스날- 리버풀로 이어지는 일정을 12월 말까지 견뎌낸다면 진짜 지난 시즌하고는 다른 모습을 보일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다우닝 복귀 후 최소한 지난 4경기는 지난 시즌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만큼 경기 내용이 호쾌했고 (지난 시즌은 성적은 괜찮았어도 꾸역꾸역 이기는 느낌이었죠) 역동적이었습니다. 윙어들의 무한 스위칭과 풀백들의 활발한 오버래핑, 이를 뒷받침하는 단단한 수비진...

진짜 4강에 들어갈 수 있을지 시험 무대가 될 것 같네요. 아스날만 셧아웃 시키면, 쉽게 상상하기 힘든 빅4 모두에게 승리를 거둔 근래 최초의 팀이 되지 않을까 하는데...또 독기 어린 리버풀도 무섭고...여튼 맨시티-토튼햄에 가려져 있던 빌라가 다시 한번 탑 4 타도의 선두주자로 주목받는 것이 매우 기쁘네요. 

좀 아쉬운 점은, 배리의 자리를 메꿀 선수들로 지속적으로 쓰인, 원래 중미인 시드웰 - 리오코커 - 델프 같은 선수들은 이제 당분간은 백업 신세로 전락할 것이라는 것...물의까지 빚었던 리오코커는 겨울에 튕길지도 모른다는 것 정도겠네요. 리오코커를 개인적으로 매우 좋아하는데 안타깝습니다.  델프는 출장기회가 잘 없네요. 최고 유망주 중의 하나인데 좀 더 기회를 줬음 하는데 오닐이 현재 리그컵까지도 전력을 다하는지라 험 (유로파 리그 일찍 떨어진게 다행인지 불행인지)

밀너는 이 상태로 가면 카펠로의 WC 23인에 무난하게 들어갈 것 같네요. 원래 밀너를 좋아하는 카펠로이기도 하고(그렇게 미친듯이 돌아다니는데 어느 감독이 싫어할까요), 어차피 주전급은 아니고 백업 멤버인데 이렇게 중앙에서까지 잘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더욱 가산점이 많겠죠. 부상도 거의 없고

마지막으로, 지금 이 시점에 배리한테 해주고 싶은 말은...

"배리, (주급이든 어쨌든 결국 명목상으로는) 챔스 나가고 싶다고 맨시 가버렸지? 후회할거야...누가 더 먼저 나갈런지 해봅시다, 빌라에겐 새로운 제라드가 있으니까"  



by Griffey | 2009/12/16 14:37 | Aston Villa | 트랙백 | 덧글(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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